Q.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안녕하세요. 저는 김한나입니다. 한양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정신보건센터에서 정신보건간호사로, 또 알코올 전문병원에서는 임상간호사로 활동했었습니다. 그 후 현장의 실무경험과 더불어 전문성을 좀 더 살리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고,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는 수원여대에서 정신간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요. 

Q. 간호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처음부터 간호사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학생에게도 고3 수험생활은 힘든 시간이겠지만, 저 역시도 그 시간은 힘들고 막막했지요. 저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저 스스로 저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특히 괴로웠어요. 종교적인 이야기지만, 그래서 저는 그 시간 더 종교에 의지했고, 이 괴로운 시간으로부터 빨리 저를 자유롭게 해주시면, 하나님을 위해 쓰임 받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약속을 했었지요.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선택지에 없었던 간호학과를 부모님과 상의 없이 우연히 쓰게 됐고, 1학기 수시전형에 합격해 고3 가을에는 미리 대학수업도 듣기도 했답니다. 남들보다 빨리 고3 수험생활을 졸업했고, 우연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되돌아보니 저도 모르게 간호학과를 지원했던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남을 돕고 나누는 일이 제일 잘하는 일이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마치 제게 알려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간호사로서 남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신과의 약속,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임상간호사로 계셨을 때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보건간호사로 활동했을 때는 자살 예방사업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사업을 담당했고, 이후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임상간호사로 근무했어요. 지역사회와 임상을 모두 경험했던 부분이 이후 교수의 길을 걷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사례를 이야기해줄 수 있고, 간호사의 길이 비단 병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영역들이 너무나 많고, 또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거든요. 제가 자살 예방사업을 담당했을 때는 고위험군 위기관리, 자살시도자 관리, 자살 예방 교육이 주된 업무였고 아동·청소년 사업을 담당했을 때는 아동·청소년 대상자는 물론 부모님, 교사에게까지 폭넓게 접근해 상담, 교육, 집단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병원에서의 정신과 간호사는 치료 프로그램과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간호를 수행하는데 우선적이지만, 지역사회 내에서의 정신보건 간호사의 역할은 가정방문을 중심으로 사례관리를 수행하면서 대상자의 재활을 돕는 일과 함께 일반인에 대한 정신건강 증진 서비스도 수행해야 하지요. 어쩌면 병원보다 더 담당해야 할 부분들이 많고 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해요.

Q. 교수님이 되셨는데, 계기가 있다면?

A. 저는 성적이 뛰어나게 좋은 학생이 아니었기에 ‘교수가 되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대상자를 만나 상담하고 교육하고, 또 필요한 자원들을 탐색하고 연계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한없이 느끼게 되더군요. 대상자를 돕고 싶은 마음만 앞섰지, 지식적 깊이가 없다 보니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사례관리를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저의 대상자들은 이렇게 부족한 저를 한없이 믿고 의지를 하셨죠. 그래서 좀 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1년의 정신보건간호사 수련 과정을 거쳤어요. 그런데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더군요. 저 역시도 공부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보였고, 구체적인 목표가 생겨났고, 공부하면 할수록 간호사로서 자부심이 커지면서 단순히 나의 직업으로만 생각했던 간호사라는 단어가 저의 삶의 목적과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석사, 박사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강의를 하게 되는 기회도 얻게 되면서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간호사로서 가장 빛을 발할 때는 대상자와 함께 있을 때라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또 이 자리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 또한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임상이란 나중에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수원여대 간호학과 소개 부탁드린다면?

A. 수원여대 간호학과는 지난 1969년 개교해 2020년 현재 개교 51주년이 되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에요. 50년 역사에 기반해 산업체 현장, 교육계를 비롯해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졸업 동문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요. 또 우수한 임상실습처를 확보해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갖춘 내실 있는 간호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높은 장학금 수혜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학교입니다. 

Q. 코로나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데 비대면 원격수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A. 무엇보다도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학습자에게도 장점이지만, 교수자의 입장에서도 장점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교수이기 전에 5살, 그리고 개강 당시 태어난 지 4개월 된 두 아이의 워킹맘이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재택근무가 감사한 상황이기도 했어요. 아이도 휴원이라 당장 아이를 맡길 곳도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아이가 잠든 후 밤이든 새벽이든 언제든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강의 녹화 중에 잠든 줄 알았던 아이가 갑자기 문 열고 들어와 엄마하고 말하는 부분이 녹음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있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사실 비대면의 원격수업은 아쉬운 부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수업에 있어서 특히나 소통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되지 않으니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어요. 대면 수업 시에는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다시 한번, 다른 예시를 통해 설명해 준다든지, 또 이해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비대면 수업은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수업이 녹화되고 있다는 점이 자유롭게 강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였어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말을 하다 보니, 평소의 수업보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딱딱한 강의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자 제 나름대로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게시판과 채팅도 열어놓고, 출석이벤트도 해보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이 즐겁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Q. 같은 분야로 진출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면?

A. 간호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더욱더 중요한 부분이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공감하고 경청해주는 것, 그리고 대상자의 잠재력을 믿고 희망을 주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지요. 다양한 배경 속의 대상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시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시다면?

A.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일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새로운 지식에 있어서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고 연구하며 고민하고 현재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해요. 시간이 흘러 정년을 맞을 때쯤 제 삶을 되돌아봤을 때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퇴직 후에는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 대상자와 곁에서 지내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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