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널스>는 창간특집으로 우리나라 간호의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인력 정책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본다.

① 간호인력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②간호교육 이제는 바꿔야 한다

③간호인력 이제는 상생협력의 길로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중 거의 반세기 가까이 업무영역을 두고 다툼을 지속해 온 인력이 있다. 바로 간호사와 간호조무가간의 싸움이다. 이들 인력은 전체 보건의료분야 종사인력 중 요양보호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최근에는 간호조무사 중앙회를 의료법에 의한 법정단체화하는 것을 두고 양대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대립했다. 그렇다면 이들 인력 왜 끊임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걸까? 또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 다시 말해 보건의료인은 얼마나 될까?

보건의료인은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에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격·면허 등을 취득하거나 보건의료서비스에 종사하는 것이 허용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중 의료법(제2조)에 의해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인, 약사법에 의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를 받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등 약에 관한 일을 하는 약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제2조[의료기사의 종별] 및 제3조[업무범위와 한계])에 의한 의료기사 등(의료기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치과기공사 및 치과위생사]·의무기록사 및 안경사)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2조)에 의한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자격의 범위 안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간호조무사ㆍ접골사(接骨士)ㆍ침사(鍼士) 및 구사(灸士)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2017년 현재 190만 여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151만 여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까지 합치면 보건의료관련 인력은 대략 약 341만 여 명에 이른다.

이들 인력의 현황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면허관리정보시스템에 의해 매년 수집, 보고된 ‘보건복지통계연보’를 통해 알 수 있다. 먼저, 의료인으로 2017년에 등록된 총 의사 수는 12만1571명이다. 치과의사 수는 3만333명, 한의사 수는 2만4560명, 간호사 수는 37만4990명과 조산사 수는 8297명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도 기준으로 의사는 33%, 치과의사는 31.2%, 한의사는 47.4%, 간호사는 59.1% 증가했다. 단, 조산사만 3.4% 감소했다. 약사 수는 6만8616명으로 2007년 대비 20% 늘어났다. 명목상으로 현재 존속하는 접골사(bonesettlers), 침사(acupuncturists) 및 구사(moxibustioners)로 구성된 의료유사업자는 2017년에 모두 21명으로 신규 등록자가 없는 관계로 자연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등록된 안마사 수는 9795명으로 2007년 대비 37.5% 증가했다. 응급구조사는 3만5210명으로 2007년 대비 175.7% 급증했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의무기록사 및 안경사로 구성된 의료기사 역시 2017년 총 35만1279명이 면허 등록되어 2007년 대비 약 79.8% 크게 늘었다. 2017년 면허등록 위생사 수와 영양사 수도 각각 8만3887명, 14만9944명으로 2007년 대비 100.2%와 38.2% 늘었다. 또 ‘보건복지통계연보’에 자격자수가 나와 있지 않은 간호조무사의 경우 매년 약 4만여 명이 배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2017년 현재 약 68만 여명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인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력은 간호인력이다. 요양보호사를 포함해 전체 보건의료관련 인력 중 75.1%를 차지하고 있다. 간호인력은 임상 실무현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대상자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이다. 간호사, 조산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협의의 간호인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다. 조산사와 전문간호사는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정해진 교육 및 훈련을 거쳐 각 면허 및 자격을 취득하게 되어 간호사의 심화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업무영역을 두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끊임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그 싸움의 시작은 간호조무사가 처음 탄생한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당시 간호사 업무범위는 ‘요양상의 간호,’ ‘진료의 보조’였고, 1966년 의료보조원법 시행령에서 간호보조원(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는 ‘간호보조업무’였다. 1973년 의료법에서도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간호보조업무’로 규정했다. 그러나 1973년 당시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에서 위임한 간호조무사의 간호보조업무를 구체화하는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 간호사의 업무인 ‘진료보조업무’를 간호조무사의 업무로 법제화하면서 싸움은 시작됐다.

다시 말해 이들 인력의 거의 반세기에 걸친 끊임없는 다툼은 의료법에 기인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제3항에서 간호사 등의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음은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위배되는 즉, 기본법에 상충되는 것이므로 체계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의료법 제80조 제2항에서 간호조무사는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간호보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할 때 간호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면허’는 ‘자격’으로, ‘면허증’은 ‘자격증’으로 한다고 하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제3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사나 치과위생사가 인력수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간호사 또는 치과위생사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에서 간호조무사도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모자보건요원으로 전문적인 보건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간호사의 간호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역보건법, 정신보건법 등 모두 26개에 달하는 보건의료관련법령에서 이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해석상의 문제가 언제든 발생 가능하며 실제 간호업무 수행에 혼란을 조장해 왔다. 특히 이로 인해 간호사의 법정기준을 간호조무사로 합법적으로 대체 가능한 상황이 계속돼 왔다. 1973년 ‘진료보조 업무’를 간호조무사에게도 동일하게 부여한 상황에서 5병상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의 정원 전부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또 5병상 이상의 의원급 의료기관, 정신병원과 병원급 이상에 설치된 정신과에서도 간호사 정원의 절반을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도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까지 간호조무사를 둘 수 있으며,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간호사 전체인력을 간호조무사로 대체해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 절대 다수와 요양병원 및 정신병원 등에서 합법적으로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로 대체되고 있다. 비의료기관인 산후조리원, 노인복지시설(노인장기요양시설) 등도 간호사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하고 있다. 비의료기관인 산후조리원에서는 간호사 정원의 30%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고, 양로시설⋅노인의료복지시설⋅재가노인복지시설⋅방문간호⋅어린이집 등의 인가기준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표기되어 지역사회 내 간호서비스분야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간 비중이 OECD 국가들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OECD 국가 평균 간호인력 9.5명 중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비중은 7.6명 대 1.9명이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3.5명 대 3.3명으로 거의 대등한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간호사가 있어야 할 자리를 간호조무사로 대체돼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간호행위의 낮은 비중을 꼽는다. 병원들이 수가 등을 통한 보상체계가 거의 전무한 간호행위를 별다른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간호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과 함께 의료장비, 의사인력 등에 대한 투자에만 나선데 그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해결하지 않을 경우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커다란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간의 업무혼란이 계속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 등 간호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간호업무 체계의 정합성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제는 간호업무 관련 법령에 대해 정리하고 현재의 의료법 체계에서 벗어나 보건의료관련법령에 산재해 있는 간호관련 조항을 하나로 묶는 간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한다. 캐나다의 경우 모든 주(州)에서 주(州)차원의 간호법 혹은 조산 관련법이 규정되어 있고, 미국은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1923년 모든 주(州)가 간호법(Nursing Practice Act)을 단행법으로 제정했다. 독일도 간호 및 조산 관련 직업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해 ‘간호직업에 관한 법’과 ‘조산원과 출산지원인 직업에 관한 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1948년에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保健師助産師看護師法)을 통해 보건사, 조산사, 간호사, 준간호사에 대한 면허, 자격 등을 규율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중보건법전(Code de la Santé Publique) 제4권 제2편 에 간호사편을 별도의 장으로 규정했으며, 영국도 1979년 ‘간호사, 조산사, 방문간호사법(Nurses, Midwives and Health Visitors Act)’이 있다. 따라서 간호법의 현실적 필요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간호인력 간 다툼이 없어지고 상생의 길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간호인력 간 다툼으로 간호사는 의사에 비해서는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왔다. 간호조무사 역시 10명 중 6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직역 간 갈등으로 모두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제는 간호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받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직역 간 거의 반세기의 걸친 이득없는 싸움을 멈추고 상생협력을 통해 공동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