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때 간호사로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근무하는 하루는 너무 긴 데 반해, 쉬는 날은 너무 짧고, 지나간 한 달을 생각해보면 휘-익~하고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직장생활을 꿈꾸었던 건 아니었는데…. 여러분들은 처음 병원에 입사할 때 상상해온 자신만의 출근할 때 모습이 있나요?

 

 

 

 


하지만 병동으로 출근하면서 지금처럼 꿈꿔왔던 것들조차 잊어버리고 매일 나에게 주어진 근무표만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면서(그런다고 그 악마 같은 선생님과의 근무가 바뀌거나 오프가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눈앞에 닥쳐온 DAY 근무를 휘몰아치듯 마치고 나면, 땀에 찌들어버린 내 얼굴(ㅠㅠ)과 머리에 남은 끈 자국, 그리고 내 양손에는 탄력성이 좋은 금색 팔찌(노오란 고무줄)가 매달려 있죠.

이렇게 하루의 근무표만 쫓아가다 어느새 한 달, 두 달이 지나가 있고 아직 일 배운 게 없는 것 같은데 독립하여 내 파트(진짜, 내가 사람을 간호해도 되나?)를 봐야 하고 그러면 잘 지나가지 않던 매일 조차도 순-삭(오늘 내가 한 실수에 대한 기억도 순-삭). 나를 위해 돈을 쓸 시간조차 없어 힘들기만 합니다. 이럴 때면 과연 내가 이렇게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물론, 내가 꿈꾸던 것을 모두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Tip의 제목에서 이야기하듯이 명품을 질러라는 건, 내가 정말 꿈꾸며 사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중에서 정말 비싸서 못했던 것을 하되, 할부로 끊어서 내가 그걸 갚기 전에는 병원을 그만둘 수가 없도록 외부적인 요인을 하나 만들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다 있을까?’라는 생각하는 분이 있겠지만, 사실 제가 강연을 다니거나 멘토링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러한 생각으로 버텨왔던 여러분의 선배간호사가 제법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꼭 직장인이 되면 갖고 싶었던 시계가 있었는데 취업하면서 과감히 3개월 할부로 비싸게 돈을 주고 샀었습니다(물론 그 시계를 내 손에 장착할 오프가…. 많이 있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세 번, 네 번…. 서른다섯 번..)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그만둬서는 할부를 갚긴 어려웠고 ‘딱 시계 할부를 모두 갚고 나면 그만둬야겠다’라고 생각하며 3개월을 버텼었죠. 그렇게 지나고 보니 하루하루는 너무 시간이 안 가는 듯했지만 뒤돌아보니 3개월이 훌쩍 지났고, 막상 할부가 끝나니 그다음 사고 싶었던 것을 미소지으며 인터넷으로 뒤지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죠(이런 악마 같은 자식). 여기서! 각자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저는 결국 차를 과감히 할부로 샀었습니다. (약 2년간 차 할부를 갚느라 사직에 대해서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출퇴근 시 차를 탈 때마다 ’이번 주만 일하면 앞바퀴는 내 것이 되겠구나, 이번 달만 일하면 앞 좌석과 핸들까지는 내 것이다, 움하하하하’ 라 생각하며 보내다 보니 어느새 3년 차가 되어 시계와 자동차는 간호사로 잘 적응을 해온 나 자신을 대견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핵심은!
1) 내가 갖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써보고 비싼 순서대로 우선순위를 만들어보기
2) 눈치 보지 말고 ‘해라!’ 그리고 즐겨라, 행복감을 느끼기
3) 그것을 볼 때마다 상기하면서 ‘간호사는 단지 직업일 뿐이지 나의 할부를 갚기 위한 수단이다.’라 생각하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나를 태우는 선생님(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도 결국, 내 할부를 대신 갚아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태워대도 나는 그만둘 수 없어. 넌 내게 지금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신경꺼야겠다’란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서 신경을 꺼버릴 수 있는 능력도 갖출 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하는 이야기들은 간호사로서 사명감을 버리고 빚이나 내면서 간호사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오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홀로 서서 직장을 다니면서 적응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힘든 순간은 내가 이겨내야 할 위기가 될 것이고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 순간에 진정 내가 나를 괴롭히는 사람? 괴롭게 만드는 상황들 때문에 내가 평생을 꿈꿔온 간호사라는 직업을, 또는 4년간 과제와 시험, 실습의 핍박 속에서도 버티고 취직한 병원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신규간호사입니다. 하지만 계속 병원에 다니면서 간호사를 해야 할 이유는 나 자신이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어떤 간호사도 신규가 아니었던 적은 없고, 처음부터 모두 잘하는 간호사는 없습니다. 당신은 “아직” 간호사로서 적응의 시간이 부족할 뿐입니다. 자기 자신이 간호사로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재미로 보는 간호사로 살아남기 ‘tip2-명품을 질러라’였습니다.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