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일부에서 현재 간선제인 대한간호협회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개편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직선제 전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길게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일선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직선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또 2015년 2월에 개최된 대표자 회의에서도 직선제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타 단체와 달리 많은 회원 수와 선거기간, 선거비용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논란 끝에 대의원총회에는 결국 상정되지 못했다. 이후 2017년부터는 간호계 내부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대적인 서명운동까지 나서면서 조직화를 통해 직선제를 요구하는 일선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큰 관심은 끌지 못한 채 또다시 마무리됐다. 그리고 38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직선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다시 간호계에서 일고 있다.

간협에서도 간호계 일부에서 제기된 직선제 논의와 관련해 2018년 12월부터 ‘임원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또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직선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연구 용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타 단체처럼 간협도 직선제가 필요할까? 또 직선제가 되면 일선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협회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까?

그러나 간협 회장을 직선제로 뽑기 위한 선거제도를 바꾸기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간호계 내부 분열의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전국단위의 회장 직선제는 후보 간 다른 진영의 논리를 앞세워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정치권 선거와 같이 상대 후보 간의 비방이 난무하게 되고 결국은 간호계 내부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낮은 투표율도 문제다. 직선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타 단체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이유는 낮은 투표율이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내부 분열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의 경우 전체 10만이 넘는 회원 중 투표권자는 2년 이상 회비를 낸 회원으로 선거인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실제 투표참여자는 고작 2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회장 당선자의 득표수는 적게는 5000여 표, 많게는 7000여 표 정도에 그치면서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회장의 대표성 문제가 매번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간호계의 경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투표가 이뤄지면 특정 후보만이 당선되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막대한 선거비용도 문제다. 간협의 선거인단은 의협의 5배, 치협의 17배, 한의협의 22배에 달한다. 타 단체들은 선거비용으로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4억 원 정도를 쓴다. 이를 근거로 간협의 선거비용을 추산하면 얼마나 될까? 적어도 회원 1인당 5000원 정도는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선거비용은 어디서 지출이 가능할까? 간협 중앙회비는 1년에 2만5000원이다. 타 단체들의 경우 회원의 성격에 따라 내는 중앙회비 금액이 다르나 평균적으로 의협은 36만 원, 치협은 30만 원, 한의협은 44만 원정도인 것을 놓고 보면 간협이 직선제로 가기 위해서는 회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막대한 선거비용이 결국은 회원 모두의 짐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간협 회장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일선 간호사들의 목소리 협회 정책과 사업에 반영할 수 있을까? 그 하나로 대의원제도 개선을 꼽을 수 있다. 간협 대의원은 2013년부터 회원 800명당 1명을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회원들의 경우 대의원제도가 뭔지 제대로 알려 하지도 않고 얘기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침묵 속에서 각 지부에서는 대의원을 선출한다. 또 이렇게 선출된 사람이 간협의 1년 살림살이에 대한 결정권과 2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권을 갖는다. 간협 회장 직선제에 앞서 대의원제도부터 손질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또 다른 하나는 회장 후보자 자격이다. 간협 회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회 임원 경력과 함께 5개 지부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원래 취지는 나쁘지 않다. 협회 사업을 연속성 있게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간호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격을 갖춰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후보는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간협에 회원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하도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간협 회장 후보 자격에 대한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선거에 있어 직선제와 간선제는 똑같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 어느 제도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간협의 현행 선거제도 방식의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협회나 회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많은 시행착오로 혼란을 겪거나 분열을 낳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최고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의협의 경우 2001년 대의원제에서 2002년 우편을 통한 직선제로 변경한 후, 2012년 회장 선거에서는 선거인단제를 도입했다가 2015년부터 다시 직선제로 재전환하는 등 의료인단체 중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다. 또 이 과정에서 많은 혼란도 초래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간협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개편하자는 주장을 보면 마치 직선제를 이번 선거부터 바로 관철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는 10월 20일 열릴 예정인 제87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다뤄져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관개정을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빨라도 제39대 회장(2022∼2023) 선거부터나 가능하다. 따라서 ‘왜 간협만 직선제로 가지 않느냐, 당장 시행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회원 모두의 목소릴 담아낼 간협만의 선거제도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지금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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