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화여대 간호대학을 졸업한 이후 이대동대문병원 소아병동 간호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1년부터 인제대에서 마음이 따뜻한 좋은 간호사를 꿈꾸는 간호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한 돌봄의 이해’라는 주제로 다양한 간호단체의 보수교육을 맡고 있으며 ‘간호사의 눈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간호학생을 위한 ‘돌봄과 예술’과목은 추천하고 싶은 좋은 강의로 매년 선정되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로 배우는 인간성장발달’ 과목을 한국형 온라인 강좌인 K-MOOC에 개설했고,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협력개발사업단을 이끌며 개발도상국인 스리랑카에 이어 라오스의 간호교육과정 개발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직업 중 간호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제가 태어나자 곧 선천성심실중격결손(VSD)을 진단받았습니다. 1960년대 후반이니 우리나라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했고 생사를 오가며 영유아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할 수 없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늘 그 이야기를 들어서 반드시 의료인이 돼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의과대학은 어려웠고 간호대학으로 입학했죠. 간호학을 하면서 비슷한 이유에서 어린 아이들이 좋았고 이화의료원 동대문병원 소아과에서 3년 정도 근무했고, 이후엔 교육과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Q.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A.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의료진이 회진을 하며 진단명으로 환자를 부를 때 주인공은 환자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인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인간을 가장 우선해 돌봄을 제공한다는 인간중심돌봄(person-centered care)임을 상기시키는 장면입니다. 질병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형편에 놓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많은 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특히 그리스 신화는 익숙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오히려 인간의 정서를 닮은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해 더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분히 우리 간호학생들과 간호사들에게 간호의 본질과 간호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강조하고 싶었던 욕심에서 시작했습니다. 

Q. 자신의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지요?

A. 그리스 신화를 쓰려고 오래 전부터 준비했지만 본격적인 집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시작한 때입니다. 처음의 의도는 20대의 간호학생들, 그리고 코로나 전선에서 전사로 활동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신들에게서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위로의 코드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환우들을 위한 위로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기획의도와도 잘 맞았습니다. 완벽한 신의 모습만이 아닌 인간의 감정을 닮은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완벽하지 않고 실수와 좌절을 경험하는 우리네 삶에서, ‘그래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넘어 독자층을 넓히게 됐습니다. 단순히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읽어도 좋고 의학용어에 깃든 그리스 신화의 의미를 알아가도 좋고 교훈을 찾아도 좋습니다. 사랑과 전쟁이 일상인 우리의 삶 속에서 지혜라고 부를 만한 것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저 따뜻하고 쉽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Q. 책을 출간하고 난 뒤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지금까지 많은 전공의 교수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대중화하려는 의도에서 교양도서를 세상에 내놓는 것을 보면서 간호와 돌봄의 본질을 알려주고픈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욕심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고, 대학교재와 같은 전문도서의 성격을 탈피하려면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봄의 코드를 유지하며 ‘인간중심돌봄’, ‘인간의 이해’ ‘치유와 힐링’ 이런 키워드를 늘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독후감과 미술감상문과 영화메모를 뒤지며 적절한 에피소드에 밀어넣었는데, 더 적절한 감상을 더 적절한 곳에 담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어서 아쉽네요. 

Q. 글을 쓴다는 것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요?

A.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개인적인 메모나 낙서나 생각의 정리나 일기가 아닙니다. 꼰대의 마음일지 모르겠으나 간호교육자로서 우리 학생들에게 그리고 후배 간호사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간호와 예술>, <돌봄과 예술> 과목을 개설하면서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문화예술 매체를 통해 학생들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간호사들은 자기 자신도 위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늘 간단하게라도 끄적여둔 것이었고, 이번에 그것을 그리스 신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집대성한 것이었습니다. 

Q. 평소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저는 임상은 아니고 대학에 근무를 하는데,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입니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편이기도 하고, 50대를 지나면서 세상에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욕먹는 것도 익숙해지고 맷집도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가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면 많은 부분 해소가 됩니다. 함께 영화도 보고 함께 미술관도 가면서 일에서 엉킨 실타래를 느슨하게 풀어둡니다. 

Q. 후배 간호사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A. 슈바이처나 이태석 신부처럼 숭고한 정신으로 의료인이나 성직자의 길을 택했더라도 반복되는 과로한 업무로 인해 그 삶이 그다지 고상하지 않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병원 현장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깨끗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의료진을 옥죄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침상에 앉아 그들의 고통을 공유하며 손을 잡아주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지요. 따라서 공감과 감정이입은 무리한 요구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부조리를 간파한 카뮈는 현실을 직시해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모순과 독설 같지만, 현실과 부딪치며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발견할 때 나의 의지에 따른 주도적인 행동과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힘들고 때론 지쳐도 힘 내라고 모든 간호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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