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 지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지적 받아왔던 간호사 배치기준이 앞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개선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은 간호사 수가 법정 기준에 미달된 의료기관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협회도 10일 논평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은  의료인 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의료업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의 명칭ㆍ주소, 위반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이 자기가 보호, 감독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의료인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인력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간협은 이번 개정법률안과 관련 ‘병원의 간호사 인력기준 준수가 시급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는 오랫동안 협회가 주장해오던 것으로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 “일부 중소병원들은 그동안 경영난과 구인난을 명분으로 간호사를 기준보다 적게 채용했다”면서 “이 때문에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 탓에 출산·육아에 어려움을 겪은 간호사들이 7~8년 만에 퇴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간호사 인력의 도농 간 격차, 임금 격차, 열악한 근로환경 같은 간호정책의 문제점이 여기에서 배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2.5명 당 간호사 1명(조별 근무는 환자 12명 당 간호사 1명)으로 의료법에 기준이 정해져 있고 이 같은 정원 기준을 채우지 못한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정 명령을 내리고, 시정하지 않으면 업무정지 15일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료기관 감독 기능을 가진 중앙·지방정부가 의료기관의 위법적 행위에 대해 지난 50여 년간 눈감으면서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고된 근무에 시달리며 스스로 면허를 포기하는 길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도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간호사 정원 기준이 법에 명시된 이유는 간호사 확보가 환자의 안전과 사망률에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의료인 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의료업 정지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준보다 부족한 인원의 간호인력을 채용해 열악한 여건 아래 근무하게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인력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추행도 끊이지 않고 있고, 특히 관리감독권자가 이를 자행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고 있고, 특히 관리감독권자가 이를 자행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보다 엄정한 제재를 통해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평균 근무년수는 1년 이상에서 3년 미만이 22.3%로 가장 많다. 그럼에도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은 2014년 28.7%, 2015년 35.4%, 2016년 35.3%, 2017년 38.2%, 2018년 42.7%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호사의 높은 노동강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 병원은 43.6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이는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과 비교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나 된다. 연봉이 2500만 원이 안 되는 병원이 수두룩하고 3교대 등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걸 감내할 사람이 적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간호사를 병원 밖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의료법에 간호사에 대한 배치기준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전락된 지 오래됐다.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