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안녕하세요. 정유정 간호사입니다. 저는 대학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병동간호사로 3년, 산부인과 전담간호사로 6년간 근무했어요. 임상에 있으면서 운 좋게 임상 실습과 대학강의를 맡아 2년간 겸업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공공기관 상담센터에서 1년간 상담간호사로 근무하다가 거주지 이전으로 인해 퇴사했구요. 현재는 신규간호사를 위한 교육 지원 출판사인 드림널스의 『프셉마음』 시리즈 중 「산부인과 편」을 집필하고 있어요. 

Q. 산부인과 전담간호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요?

A. 병원마다 전담간호사가 하는 업무는 조금씩 달라요. 제가 있었던 병원 같은 경우는 담당 교수님의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치료와 진료가 원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회진, 검사와 수술 관련 설명, 상처 관리, 태동 검사, 환자 관리, 진료기록 보조, 학회 참석 등 이외에 필요한 업무에 투입됐던 것 같아요. 

Q. 산부인과 전담간호사로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A. 어떤 자리이든지 간에 집단에 소속되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집단과 업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집단에 잘 흡수되고 나면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하죠. 전담간호사 같은 경우는 교수님, 레지던트, 병동간호사, 검사실 직원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분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각자의 고충과 상황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기에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 폭넓게 이해하는 마음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계의 시작은 인사와 표정이라고 생각해서 특히 초반에는 이 부분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산부인과 전담간호사를 지원했을 때 과 교수님과 면접을 했는데 그때의 질문이 지원 동기, 전담으로 뽑아야 하는 이유, 잘할 수 있는 근거였던 것 같아요. 상근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상호관계 속 어려움도 많으므로 힘든 상황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의지와 태도를 보시려고 한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내과, 응급실, 중환자실 등 다소 힘든 과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임상경력 2~3년 차를 선호하셨던 것 같아요. 

Q.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A.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3급 지적장애가 있는 분이 수술을 받기 위해 보호자 없이 혼자 입원하신 분이 계셨는데 대학병원에서 혼자 수술을 한다는 것 자체로 심적으로 부담이 큰데 지병이 있는 분이라 신경이 계속 쓰였어요. 다른 환자분들보다 더 자주 가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같은 설명도 여러 번 쉽게 해드리려고 노력했죠. 의료급여 환자분이셔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류도 먼저 물어 챙겨드렸어요. 수술을 잘 받고 퇴원하셨다가 외래 오시는 날 제가 있는 병동으로 찾아오셨더라고요. 굉장히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시면서 환자분이 직접 실로 짠 빨간 목도리를 주고 가셨어요. 계시는 동안은 표현 안 했는데 고마웠다고 말씀하시는데 너무 감동했던 기억이 있네요. 

반대로 힘들거나 후회됐을 때는 전담간호사라는 분야 자체가 제도화된 것이 아니라 병원과 해당과의 필요에 따라 생겨나고 업무가 각기 다르게 운영이 되고 있어 표준화된 업무가 없어요. 따라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기도 하고 가끔이긴 하지만 갑자기 새로운 업무가 배정될 때도 있어요. 교수님과 한 팀이 되어 환자를 보면서 전문지식과 환자를 보는 눈이 늘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획일화된 업무 지침이 없고 교수님이나 주치의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힘든 점이었던 것 같아요. 

Q. 임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 만의 방법이 있다면?

A. 병동에서 근무할 때는 3교대에 신규 트레이닝을 받고 있을 때여서 스트레스가 최고조였던 것 같아요. 신규간호사로 내과 병동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시간으로 기억되네요. 제가 그 시간을 잘 지나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병원 밖을 나오는 그 순간부터는 병원과 관련된 생각, 감정들은 끊어내고 저만의 시간으로 충실히 보내려고 노력했던 점이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활동적이고 사람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운동인 테니스 레슨도 받고 동호회 활동도 하면서 다른 직군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류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상대적 박탈감, 우월감 등도 느끼면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그 밖에도 3교대를 하면서도 스키장 시즌권을 발급해 시간 될 때마다 새벽 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떠나 기분 전환을 시켰던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무엇인가를 꼭 만들어 놓으셨으면 좋겠어요. 활동뿐만 아니라 나만의 힐링 공간, 음식, 음악, 향기 등 뭐든지요!

Q. 간호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재직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퇴사하고 나니 10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많이 성장했고, 지원받은 것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고마웠던 선생님들도 많았더라고요. 근데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간호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꼭 그렇지만은 않고 즐거운 점, 유익한 점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도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설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간호사를 응원하는 널스 꽃길러>라는 블로그를 통해서 제가 경험했던 병동간호사, 전담간호사, 지역사회간호사, 대학강의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고 있어요. 제 경험을 기반으로 쓰는 거라 주관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제가 근무하면서 알게 된 의학 정보들을 일반인들이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기도 해요. 어디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이란 것이 참 감사하고 만족스러워요. 

Q. 본인이 생각하는 간호사의 자질이란?

A. 저는 간호사에게 필요한 자질로 전문성을 꼽고 싶어요. 간호사가 하는 대부분의 행위에는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행위변화를 통해 치료과정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요. 그렇게 했을 때 환자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서 회복에 이바지한다는 것에 보람이 느껴져요. 전문성이 갖춰져야 의료진들과 환자,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도 형성이 되고 자신도 만족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간호사들이 인식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A. 코로나로 인해 간호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임상에서 간호사에 대한 호칭을 들어보면 일부이긴 하지만 저희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워요. 개인적 측면으로 우리가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의 보상과 대우를 요구하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으고 단체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무작정 간호대 증원을 할 것이 아니라 임상 간호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새로운 간호 수가를 만들고, 기존 수가를 인상해 간호사 인력을 많이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임상에 많이 머물 수 있도록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있었어요. 심히 공감하고 동의했는데요. 동의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작게는 이러한 의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아마도 간호사로 다양한 분야 중 한곳에 정착해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한 이전 경력을 살려 더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면 그 에너지가 저를 채우는 느낌이어서 강의나 강연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행복한 간호사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정유정 간호사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youjung9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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