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안녕하세요. 간호사 유세웅입니다. 지난 2017년도에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심혈관외과계중환자파트로 입사해서 현재까지 근무 중입니다. 지난해부터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작가로 선정되어 활동 중입니다. 그리고 올해 포널스출판사에서 개최한 ‘제2회 간호사 문학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Q. 간호사가 된 계기가 있다면?

A. 제가 10살, 11살 때 손에 활액막육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달만 늦었어도 온몸으로 암이 퍼져서 치료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그때 처음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의사, 간호사 선생님, 가족들, 함께 병실에 있었던 분들 등 많은 분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암은 극복되었죠. 앞으로의 삶은 받은 도움과 사랑을 잊지 않고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고3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던 작은누나에게 간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와서 봉사활동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묻더군요. 그렇게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당시에는 바닥을 청소하는 일, 난간을 닦는 일 등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일은 할 수 없었지만, 병실에서 한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한 간호사 선생님께서 임종을 앞둔 어느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흐트러진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모습은 숭고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힘든 순간을 함께해주는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 직업이 간호사라면 한번 해 볼만한 직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후에 알고 보니 작은누나는 간호사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보여주고 스스로 그만두게 하고자 봉사활동을 권유했는데, 오히려 결심을 굳힌 모습을 보고, 제 뜻을 존중하고 응원해주게 됐습니다.

Q. 심혈관외과계중환자파트는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 소개해 준다면?

A. 심장 수술 후 환자 케어를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open heart surgery에 해당하는 판막 수술, OPCAB, 흉부대동맥 수술, 심방세동 수술, 심장이식 수술, 선천성심질환 수술을 받은 환자분들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의 중증도는 상당한데 심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을뿐더러 보통 다른 장기의 기능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Ventilator, CRRT, ECMO, Central ECMO, LVAD같은 기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술 직후에는 환자의 V/S이 unstable하기 때문에 매분, 매초 긴장된 상태로 patient monitor상 혈역학적 지표에 따른 치료 및 lab f/u을 하며 약물치료, 수혈치료 등을 합니다. 환자 상태가 호전되면 Extubation 및 lung care를 합니다. 이후 달고 있던 약들도 하나씩 제거하고 일반병동으로 갈 수 있는 컨디션이 되면 몸에 삽입되어 있던 Central line catheter, swan-ganz catheter, Arterial line catheter 등을 제거하고 일반병동으로 transfer 합니다. 또한, 최선을 다했음에도 살릴 수 없는 분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임종 간호도 하고 있습니다.

Q. 성취감을 느낀 순간과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는지?

A. 환자분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장 성취감을 느낍니다. 끼니때를 놓치고, 때론 화장실도 가지 못하면서 환자 곁에서 매달릴 때가 있는데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날도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오는 환자분이 너무나 많았고, 환자의 상태가 시시때때로 변해서 늦게 집에 간 날이었습니다. 기절 직전인 상태로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어느 분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메일을 보내주신 분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회복돼 일상에 복귀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우연히 브런치에서 제 글을 읽고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보내주신 거였어요. 텅 빈 원룸의 침대 한구석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순간은 그대로 환자에게 전해져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 고마움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샘솟았던 그 날의 경험은 ‘간호사 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고 지금도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을 때 한 번씩 읽어보며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은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어 내 바닥이 보일 때입니다. 타인을 받아줄 여유가 없고, 일하기가 싫고, 모든 게 부정적으로만 여겨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내 모습을 보니 상황 혹은 사람들이 나를 몰아세우고, 심지어 나 자신도 나를 재촉해 마음속 여유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대 근무로 몸이 피곤하고, 끼니도 걸러 가며 일하고, 때론 생리현상도 참아내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프고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의 날카로운 말, 너무 바빠서 서로를 받아줄 수 없는 동료들, 최선을 다했음에도 살릴 수 없었던 상황들이 쌓이다 보니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 여유를 잃지 않도록 늘 마음을 점검합니다. 또 환자분과 보호자 분의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해봅니다.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와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자가였던 집이 전세가 되고, 전세가 월세가 되고 나중에는 월세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울에 집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이라면 먹고 자는 일,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더 막막하시겠구나’라고 말이죠. 제가 모든 분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없지만, 마음속 여유를 잃지 않고 환자분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기를, 내 말과 행동이 환자분에게 진실한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기를, 친절함을 잃지 않기를 오늘도 바라봅니다.

Q.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은데, 본인만의 노하우를 묻는다면?

A. 첫 번째,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처음에 부서에 왔을 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어려운 일 때문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서툴고 부족함이 많았던 내게 선뜻 다가와 준 고마운 동기들, 친절했던 선생님들, 나의 성장을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환자분들의 곁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나 또한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힘들어할 때 기꺼이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두 번째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부추기는 시대의 정신과 반대로 나의 직업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아픈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동료가 바쁘고 버거워하고 있으면 가서 도와줘야 한다고 제게 말합니다. 성공의 마음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다면 도와준다고 하면서 우산을 들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섬김의 마음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다면 억눌리고, 굶주리고, 갇히고, 눈멀고, 비천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어 함께 비를 맞아줄 것입니다. 환자분들과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저는 사랑합니다. 

세 번째는 환자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라포 형성이라고 하죠. 중환자실에서 라포 형성에 유난히 시간을 많이 쓰는 저를 처음에는 동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유별났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환자분들도, 저도 서로 위로를 받고 환자분이 회복되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뻐할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환자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환자이기 전에 소중한 한 사람이니까요.

 

Q. 본인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다면?

A.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처음에 이 말을 하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는데 진짜 그렇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타인의 우주를 여행하는 순간은 늘 즐겁습니다. 글쓰기는 정말 추천합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 정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몰입해서 쓰는 순간은 무척 행복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글을 통해 감사함, 위로를 전하고 타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행복입니다. 마치 요리사가 손님에게 요리를 대접했는데 손님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Q.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데,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간호사는 왜 힘들게만 비추어질까, 슬픈 내용이 담긴 내용이 주류를 이룰까, 간호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들은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가 얼마나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환자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몸과 마음을 돌보며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주는 순간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현장의 상황을 알리고 간호사가 좀 더 건강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목소리 내고 싶었습니다.

Q. 어떤 글을 주로 쓰고 있는지요?

A. 주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씁니다.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최전선에서 환자와 교감하며 회복을 도왔던 순간들,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은 어떠한지, 한계점이 나타나는 부분은 어떤 지점인지에 대한 글을 씁니다.

Q.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A. 학생 때부터 어떻게 하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세 가지를 생각했었는데 환자 곁을 지키는 삶, 글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삶,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리게 하는 삶이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이뤄서 현재 진행형이고 두 번째는 브런치라는 곳에 한정돼 있었는데 포널스출판사의 ‘간호사 문학 공모전’으로 더 많은 독자분에게 다가갈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제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제 글이 큰 위로와 힘으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계속 목소리를 내다보면 결국엔 이루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신음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환자와 가족분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호사 선생님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끝까지 목소리 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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