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안녕하세요. 저는 주한미군병원 소아과 외래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희원입니다. 간호사가 되기 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미레이트 항공 승무원으로 일을 했었고, 31살에 간호대에 편입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여러 직업에 도전했는지요?

A.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새로운 일'이라는 게 저한텐 이직이었고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성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직업을 바꿨던 것 같아요.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팬택엔 큐리텔이라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2년 반 동안 일을 했는데 즐겁지 않았어요. 흥미가 없으니 일이 늘지도 않고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때 비행기를 탔다 승무원으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이후에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그 친구가 승무원으로 일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예요. ‘이거다.’ 싶어 바로 준비해서 9개월 만에 합격했어요. 처음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세계 여행을 다니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밤샘 비행을 하고 자지도 않고 바로 여행을 가곤 했죠. 딱 3년이 되니까 여행도 시들해지고 몸도 피곤해 비행 후 호텔에서 잠만 자더라고요. 여행의 즐거움도 없고, 즐거움이 없으면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그 목표를 못 찾았어요. 그래서 다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 뭘까.' 하구요. 저한테 3명의 동생이 있는데 모두 간호사라 그 영향으로 저도 자연스럽게 간호대 편입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슬럼프를 느낄 틈도 없어 아직까진 딴생각 안 하고 일하고 있어요.

Q. 어떻게 주한미군병원에서 일하게 됐는지요?

A. 한국 병원에서 일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미국 간호사가 되기 위해 작은 종합병원에 다니면서 NCLEX(엔클렉스)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의 인생 멘토이신 교수님께서 군산 미군병원에 지원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주한미군병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미국에 가려고 했던 건 미국 병원의 근무환경 때문이었는데 우리나라에 살면서 미국의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저에겐 아주 좋은 자리였어요. 하지만 군산 미군병원에는 합격하지 못했어요. 아쉬웠지만 미군병원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는 걸 알고 목표를 미국 간호사에서 미군병원 간호사로 재설정했죠. 저는 목표가 있으면 그것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스타일이라 바로 주한미군 취업카페에서 미군 채용 사이트를 찾아내 취업을 준비했어요. 다행히 평택 미군부대에 합격했고 현재 매일 미군부대로 출근하며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여러 직업에 대한 도전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어릴 적부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과정을 즐기는 편이에요. 그 목표가 서로 다른 직업이었고 그 직업을 하나씩 경험했고요. 목표를 이루고 안정되면 또 새롭고 도전해볼 목표가 없나 계속 찾았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하다 보니 제가 했던 경험에 대해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생기더라고요. 간호대에 다닐 때는 후배가 승무원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고 간호사가 되고 나니 저처럼 다른 직장에 다니시던 분들이 간호대 편입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이렇게 제 경험을 나누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됐어요.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찾고 싶어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Q. 본인의 신규간호사 시절을 말씀해 준다면?

A. 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간호사가 되기 전 6년 정도 직장생활도 했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병원 생활은 또 다르더라고요. 제일 처음 근무했던 병원은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특수부서 실습을 나가본 경험이 없어 외과 병동을 지원했는데 중환자실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중환자 전문간호사가 돼보자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말았어요.

신규간호사로 입사해서 1달 동안 프리셉터에게 교육을 받는데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프리셉터보다 8살이 많았는데 저를 교육하기가 불편했던 것 같아요. 처음 하는 일이니 술기는 서툴렀지만 가르쳐주는 것도 늘 복습하고, 프리셉터가 시험을 내면 다 맞곤 했는데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더라고요. 탈의실로 불러서 제가 중환자실에 안 맞는 것 같다, 그만두는 게 낫겠다. 이런 말을 계속하셨어요. 차라리 잘못하고 실수해서 혼나면 이해가 되는데 저랑 만난 지 1개월도 안 돼서 저의 적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인신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계도 받지 않아 퇴근도 못 했죠. 데이 출근을 하면 이브닝 퇴근 시간에 프리셉터와 함께 퇴근했습니다. 이게 태움이라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특히 중환자실은 의식이 없는 환자분들이 대부분이라 폐쇄된 공간에서 간호사들끼리 마주할 기회가 많아요. 그래서 위계질서가 병동보다 엄격하고 태움도 심한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수간호사 선생님께 찾아가 해결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그저 견디라는 말만 해주시더군요. 다른 답이 없었어요. 저는 다시 직업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후회 없을 만큼 노력했고, 해도 안 되는 일이란 생각에 미련 없이 사직서를 썼어요. 

Q.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요즘 임상에 관한 이야기, 아니면 퇴사한 이야기 등 간호사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나와 있어요. 그중 저는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읽어봤어요. 그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간호사의 근무환경, 처우 개선이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보라매병원에 근무하던 지난 2014년에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고요. 제 막냇동생이 작년에 세브란스에 입사했는데 여전히 악습도, 열악한 환경도 반복되더라고요.

열악한 근무환경을 간호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인력 부족 현상’이라는 이유를 달아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해결책으로 우후죽순 간호학과 인원만 늘려놓고 보는 게 아니라 ‘그 힘든 간호학과를 졸업해 면허증을 따고도 왜 간호사로 일하지 않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쉽게 변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가만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 시작은 간호사들 사이에 전해지는 악습 '태움'부터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만 좋으면 몸이 힘든 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고요.

지금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서로 도우려는 움직임이 많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간호사들끼리도 화합이 안 되면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바라고 개선책을 바라는 건 순서가 맞지 않아요. 간호사로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는 내는 선생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우리도 함께 힘을 보태야죠.

Q. 5년 차 간호사인데, 임상에서 버티는 비결이 있다면?

A. '버틴다.'라는 말이 씁쓸하게 들리지만, 환자를 돌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간호사로 일하는 건 버틴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인생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멘토를 만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간호대학에서 수업시간에 만난 교수님이 저의 인생 멘토이신데요, 간호사로서, 인간으로서 고민이 생기면 혼자 결정하기 전에 교수님께 고민을 털어놔요. 병원에서 힘들 때, 특히 욱할 때 교수님께 SOS를 청하면 감히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살펴주시거든요. 긍정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두 번째 방법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요. 간호사는 늘 공부하고 발전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대학원 진학을 한다든지, 엔클렉스를 공부한다든지 간호사와 관련된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Q. 임상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첫 번째는 힘들 때 저처럼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청하세요. 제가 그 전에 직장을 관둘 때는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어요. 그러면 제 생각 안에 갇혀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선택이 극단적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려고 해서 힘든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 배워도 임상에 가면 교과서대로 환자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아요. 아무리 책으로 지식을 쌓아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야 하거든요. 경험치가 있어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는데 신규 때는 아무리 이론적으로 공부해도 그게 안 되죠. 그래서 선배 간호사들한테 혼날까 봐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러면 쉽게 지쳐요. 너무 완벽해지려다 보면 쉽게 지쳐서 결국은 포기해버리게 되더라고요. 마음을 좀 느긋하고 편안하게 가지고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해요. 혼자서 말고 간호사 선배나 친구한테 이야기하고 풀었으면 좋겠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꼭 표현해서 마음속에 응어리지지 않게요.

세 번째는 퇴사 디데이를 정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 디데이까지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보는 거예요.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봐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니까요. 디데이가 지났는데도 아니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오세요. 남들이 아무리 부러워하고 돈을 잘 버는 일이라도 내가 흥미가 없고, 싫으면 절대 못 해요. 간호사가 꼭 임상에만 있어야 하나요?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교사, 교수, 공무원, 공기업, 연구원, 산업간호사, 보험심사, 저는 보험설계사분들도 여러분 봤어요. 임상에 있으면서 아니다 싶으면 퇴사 전까지 임상에 얽매이지 말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면서 퇴사 준비를 하세요. 간호학과 학생들은 간호사라는 직업만 생각했고, 임상에서 일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새로운 시도가 두렵겠지만 한 발짝만 나아가더라도 변화는 시작된 거예요. 하루 반 발짝만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어디에든 기록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블로그, 브런치, 아니면 다이어리 어디도 상관없어요. 저는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요, 힘들고 복잡한 일도 글로 적다 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맨날 ‘잘못했다, 죄송하다’ 이런 말만 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가 많은데 그 어려운 간호대 공부를 마치고 국시도 합격한 사람이라는 거, 뭐든 한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A.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꿈에 관해, 도전하고 싶은 목표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목표를 이루게 동기부여 시키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저 자신만을 위해 도전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성공하게 도와주고 싶어요.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 저의 경험인 간호대 편입, 신규간호사 시절에 관한 일이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온라인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많은 분과 소통하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이미 100세 시대가 시작된 만큼 나이가 있다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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