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신규 간호사의 글(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신규 간호사의 글(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간호사들이 어느 병원에서 일하더라도 인생이 간호인 게 아니라 인생 속에 간호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신규 간호사의 절규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다. 이 청원은 시작한 지 하루 만에 5600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당신의 아버지를 두 달 된 신규 간호사에게 맡기고 싶으신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7일 등장했다. 자신이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신규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자는 “대학병원의 모순된 운영논리 속 환자와 간호사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은 간호사 연봉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며 “그런데 그 곳의 간호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당신을 케어하고 있는지, ‘간호 인력 부족’의 정확한 뜻을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주사기 몇 번 만져본 적 없는 사람이 신규 간호사”라면서 “그런데 대학병원 입사와 동시에 작은 용량 차이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약물을 다뤄야 하고, 환자의 내외과적인 상태, 신경학적인 상태, 섭취와 배설상태,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파악해 입원해 있는 당신의 아버지를 치유시켜야 한다”며 “대부분 병동의 40~50명의 환자가 있기 때문에 50명 모두의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 전에는 병원에서 지정한 두 달의 신규 트레이닝 기간 동안 일하게 될 병동에서 하는 모든 액팅(Acting)을 다 배우는 줄 알았지만 병원은 트레이닝 때 한 번도 못 본 수술, 시술 준비와 이후 처치, 고위험 약물 사용 등을 자신에게 맡기고 책임지게 한다”면서 “일에 집중하지 않거나, 미리 공부해오지 않으면 직·간접적으로 환자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근무 내내, 아니 쉬는 날에도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청원자는 “국가와 병원이 진정으로 환자안전을 생각한다면 간호사가 병동을 배정받은 뒤 그 병동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지만 부서 배치 다음 날 바로 출근하고 그 다음 주부터 바로 액팅을 다 하게 된다”며 “두 달의 신규 트레이닝 기간 역시 처치, 간호기록, 처방분류, 약분류 모든 것을 하는 말만 트레이닝 기간”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약물도 의사의 처방이 난 대로 다 주면 큰일 난다”면서 “중복되거나 환자에게 맞지 않는 약들을 간호사가 걸러야하기 때문에 모든 약의 효과와 쓰임 부작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 일은 의사나 약사가 하는 거지 간호사가 하는 것을 아예 생각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2시간을 근무해야 할 수 있는 일을 주면서 8시간 안에 하고 가라고 말하는 것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병원은, 그리고 간호사들의 문화는 신규 간호사들에게 “내가 부족하니까 일찍 가서 공부해야지, 일해야지, 내가 부족하니까 남아서 다 하고 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요즘 말로 ‘가스라이팅’ 하는 것”이라고 간호사들의 은어를 소개했다.

아울러 “보통 12시간 근무를 하고, 일하면서 밥 한 끼는 당연히 거르고 퇴근하면 잠이 쏟아지지만 몇 시간은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하루는 24시간밖에 안되니까, 모든 생활이 병원 일에 맞춰진다”며 “이런 생활을 몇 달만 계속해도,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는 피폐해진 상태로 과연 당신의 아버지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고 “의료진이 건강하지 않은데 환자가 건강해지도록 케어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자는 끝으로 “병원이 환자 당 간호사 수를 조절하지 않고 같은 시간대의 근무하는 간호사 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간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지쳐 나가떨어질 거”라면서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간호사들이 들어와 짧게 일하고 나가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입원한 당신의 아버지는 절대 질 높은 의료를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법적인 강제성을 마련해 줄 것과 시간 외 근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 그리고 정해진 근무시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신규 간호사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근무 중 휴식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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