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인 신입사원이 입사 후 이리저리 치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대부분 격하게 공감했을 것이다. 이렇듯 처음 하는 일은 어떠한 일이든, 누가 하든 힘들고 어렵다. 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본의 아니게 주위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내가 구멍 낸 일들을 그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간호사가 힘들다’는 것도 이러한 당연한 이치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직장 중에서도 병원은 신입사원에게 가장 힘든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사무나 행정직들이 구멍 낸 일은 어찌어찌 메꿀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시간과 비용을 다시 들여서라도 상황을 좋게 만들 수 있지만, 신규간호사는 입장이 다르다. 작은 실수에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곳이 병원이기에 크든 작든 실수를 하게 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신규간호사가 실수를 하게 되면 선배 간호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도 모르게 거친 말과 본능에 충실한 진심을 쏟아 내게 된다. 게다가 신규간호사에게 주어지는 일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자마자 병원으로 바로 투입되는 것도 낯설고 당황스러운데,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환자들 앞에 서야 하다니. 게다가 오랜 질병으로 짜증이 가득 나 있는 환자들은 신규간호사의 실수에 대해 너그럽게 넘어가 주지 않는다. 그러면 병원 합격 소식에 기뻐하던 감정도 잠시, 신규간호사는 점점 혼이 나가게 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병원이라는 곳이 넓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일 만한 느긋한 환경은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신규간호사가 어느 부서로 가게 될지 복불복이기 때문에 웨이팅 기간 동안 미리 준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각 병원의 시스템은 다르고 트레이닝 시스템도 미비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주로 쓰는 의학용어나 각 과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병원마다 신규간호사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한 달 이상 해 주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는 중인 간호사를 ‘오티널스(Orientation Nurse)’라고 부른다. 나 역시 오티널스를 거쳤고 한 달 동안 정형외과와 중환자실에서 실무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최종 발령을 받아서 배치된 중환자실에서 또다시 3개월 이상의 집중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기나긴 과정을 거치면서 간호사가 되는 것이다. 규모가 있는 병원일수록 이러한 교육은 더 구체적으로 시스템화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몇몇 간호사들은 제대로 배운 것 없이 그냥 현장에 투입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런 교육도 하지 않고 부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는 신규에게 환자를 돌보라고 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교육은 신규뿐만 아니라 경력 간호사에게도 적용된다. 다른 부서로 배정받는 경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트레이닝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 간호사들조차도 새로운 교육과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신규간호사는 오죽할까 싶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되는 무차별적 정신줄 흔들기 공격을 어떻게 견디어 낼 것인가 하는 일이다. 멘탈이 흔들려 버리면 더 많은 실수가 이어지게 될 것이고 또다시 혼나고 자책하고 위축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신규간호사가 들어오자마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간호사 업무상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적인 간호사의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가 되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음을 미리 인지하면 좋겠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내가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평생 이렇게 신규로만 살지는 않을 거니까 힘내 보자.’ 하면서 말이다.

스스로에게 예방주사를 수시로 놔 주도록 하자. 욕먹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병원에 발을 내딛어라. 우리는 오래오래 살 것이다. 신규간호사 때부터 여기저기서 욕을 먹고 다니니 말이다. 여러분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널스브랜딩』 중에서)
 
 

 

저자 김명애
발행 포널스출판사
302쪽
판형 148*210
가격 1만5000원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