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은 국제간호사의 날(International Nurses Day)이다. 간호사의 사회에의 공헌을 기리는 목적으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이날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2년 제정됐다.

특히 올해는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지정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 2020년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of the Nurse and Midwife)로 정했다. 역사상 최초로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를 지정하는 방안은 2019년 1월 열린 세계보건기구 이사회에서 제안됐으며, 5월 총회 위원회 어젠다로 상정된 후 최종 결정됐다.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하나인 `보편적 건강보장(UHC:Universal Health Coverage)'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간호사와 조산사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또한, 2020년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인만큼 인류의 건강을 위해 공헌해온 간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이팅게일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이자 행정가이며 통계학자였다. 당시 영국 상류층 여성에게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간호사가 된 이후, 크림 전쟁에 대한 참상을 접하고 야전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전쟁에서는 총 맞아 죽는 병사보다 죽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치유하지 못해서 사망하거나, 병사 내 전염병이 돌아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에 군의 위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를 만들어 끊임없이 제시함으로써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냈다. 덕분에 영국군 부상자의 사망률은 40%대에서 2%로 감소하는 기적을 보게 된다.

이후 나이팅게일은 영국군의 사망률을 현격하게 감소시키고 밤마다 등불을 켜고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닌 상징성으로 ‘등불을 든 여인’(The Lady with the Lamp)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나이팅게일은 일생을 세계 전쟁과 경제대공황으로 인간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던 사람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보호와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 교육시키기 위해 헌신했다. 이처럼 한평생 간호사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다간 나이팅게일을 기려 5월 12일을 국제간호사의 날로 정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가 오늘날의 명칭과 업무영역을 갖기까지는 117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했다. 1900년대 초 ‘간호원(看護員)’이라는 용어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이래 일제강점기의 ‘간호부(看護婦)’를 거쳐, 해방 이후 ‘간호원’으로 다시 불리다, 1987년 현재의 명칭인 ‘간호사(看護師)’가 됐다. 간호사를 양성하는 학제 또한 3년제와 4년제로 나누어져 있던 간호교육 연한이 2011년 4년으로 일원화됐다.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포함한 제도 변화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야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51년에 제정된 현재의 「의료법」 이전의 법률인 「국민의료법」에서는 간호사 업무영역을 ‘진료보조 및 요양상의 간호’로 정의했다. 하지만 하위법령에서 ‘진료보조’가 어디까지인지, 또 ‘요양상의 간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다. 1962년 현재의 「의료법」으로 개정된 이후에도 간호사와 관련된 규정은 뚜렷하게 변한 게 없었다. 그러다 독일로 간호사들이 대규모로 파견되면서 생겨난 간호조무사들에게도 1973년부터 ‘진료보조’ 업무가 허용되면서 두 직역 간에 업무 영역에 대한 다툼과 혼란이 계속됐다.

그나마 지난 2015년 12월에 간호와 관련된 「의료법」이 64년 만에 개정되면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업무를 수행하거나 의원급 의료기관만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보건법」을 비롯한 많은 간호 관련 법안들은 과거의 혼재된 모습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두 직역 간 갈등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통합 돌봄 사업 등이 속도를 내면서 양자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이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오늘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많은 간호사가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정책에서도 간호사가 기여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간호법」 제정을 통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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