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갖게 되면 프리셉터로 일하게 된다. 그동안은 누군가의 밑에서 열심히 자기 역할만 감당하면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새로 들어오는 간호사의 인생을 책임져 주어야 한다. 앞에 나왔던 신규라는 이름의 간호사가 혼자서 환자를 돌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교육하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다.

모든 신규간호사가 입사 첫날부터 바로 능숙하게 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프리셉터의 교육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이 일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이 있다 하더라도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있다. 기존의 일은 그대로 하면서 신규간호사 교육까지 시켜야 하는데 급여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직업군 전체를 보았을 때 간호사의 초봉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다른 직종은 경력이 쌓이면서 연봉도 같이 높아져 가는 것에 비해 간호사는 경력이 쌓여도 연봉이 놀랄 만큼 껑충 뛰지 않는다는 함정이 있다. 돈을 두 배로 주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을 다 해내면서 추가로 신규간호사 훈련까지 하는 프리셉터를 맡으라고 하니, 아무리 천사 같은 간호사라 할지라도 이 버거운 상황 앞에서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 친절하고 상냥한 프리셉터도 더러 있으나 - 대부분 무서운 조교의 이미지를 갖게 되고야 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프리셉터로부터 받은 고통과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들을 볼 때면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진다.

수간호사가 행정적인 일을 감당하느라 병동을 비우는 경우나, 또는 수간호사가 다 관여할 수 없으니 중요한 의사결정 이외의 병동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은 책임간호사 또는 윗 연차가 감당하게 되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업무의 부하가 걸리게 된다. 임상 실무만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간호사가 따로 있어서 실제로 그 병동에 새로 입사한 신규간호사의 트레이닝과 교육을 모두 맡아서 해 주면 좋은데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병원이 운영되는 여러 가지 사정상 어려움이 있다. 그러니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급한 경우 2년 차를 갓 넘긴 간호사에게도 프리셉터를 맡기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5~8년 차 간호사들은 그간의 두툼한 경력에서 나오는 다양한 경험에 의해 응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연차가 쌓이지 않은 간호사의 경우에는 엄청난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내 몸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가르쳐서 완전한 간호사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라니 이 얼마나 큰 부담일지 생각만 해도 버겁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온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힘겨워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것을 ‘3, 6, 9 고비’라고 부른다. 3년, 6년, 9년째 되는 해에 사직하고 싶은 마음이 최고치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3, 6, 9 고비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변하는 진리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간호사의 이직률을 살펴보면 3년째 되는 해에 유난히 높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어찌어찌 버티었다 하더라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싶어 사표를 내게 되는 시기가 3년 무렵이 되는 것이다. 병원을 떠나기에는 왠지 모르게 시원섭섭하겠지만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기 위한 경력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년차에 사직을 결심하는 간호사들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3년 정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를 경력직으로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문간호사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그 분야의 경력이 3년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는 3년 차를 찾아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실제 병원의 관리자들이 3년 경력자가 너무나도 귀하다며 간호사 구인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년을 무사히 넘기고 병원 생활을 계속한다고 해도 또다시 6년 차를 넘기기가 힘들다. 병원에서 행하는 모든 업무가 6년 이상 감당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일 것이다. 병동에 신규간호사부터 3년 차, 6년 차, 9년 차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면 여기저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임상에 있고 싶냐고 물어보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3년’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주위 여러 선배와 교수님들로부터 3년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연중에 어찌어찌해도 ‘3년은 버티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그 시간을 마음속에 다짐하면서 3년 이후에는 미련 없이 임상을 떠나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것은 신규간호사의 높은 이직률과 함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간호 학생이나 간호사들은 학교 다닐 때 아마도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임상 경력 3년은 있어야지.”라는 말. 대체 누가 세운 기준인 것인지…. 본인이 생각할 때 나는 1년 하고 간호사로서 다른 삶을 계획해야겠다는 입장이 확고해지면 그러는 것이고, 나는 10년을 해도 임상에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싶으면 그러면 10년, 20년 그 이상도 있는 것이지, 3년이라는 기준이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3년, 5년 차에 초고속 승진 기회가 오기도 한다. 초고속 승진이 본인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3년은 채우고 그만두라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대학원 진학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간호대학원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을 수료하여야 보건복지부의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3년 차 이상의 간호사들은 이미 병원 생활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특별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웬만한 두려움은 극복하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진짜 전문가다운 포스를 풍기며 환자와 보호자를 대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슬슬 병원이 재미있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쓰면서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임을 알기 때문에 “병원이 재미있다구요? 뭐래….”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지만 말이다.

임상에 있어야 하는 시기를 3년으로 규정 짓지 말고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기 바란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3년 이후의 삶도 계속 새롭게 이어 갈 수 있다. 그러나 그저 막막하기만 한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면 3년은커녕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본인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임을 잊지 말자.(『널스브랜딩』 중에서)
 
 

 

저자 김명애
발행 포널스출판사
302쪽
판형 148*210
가격 1만5000원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