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잘 모른 채 살아간다. 강점보다는 오히려 약점에 얽매여서 자신이 무엇을 못하는지 열거하기에 바쁘다. 나 또한 약점부터 내세우면서 겸손을 떨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개원의 연수강좌에 내시경 세척 시연 교육을 맡아 줄 사람 있나요?”
“…….”
“그럼 작년에 세척 시연을 해 본 조원경 간호사가 한번 해 보는 건 어때요?”
“아, 저는 앞에서 말하는 거 잘 못하는데요. 말없이 시연만 하는 건 할 수 있겠는데 말하면서 하는 건 떨려서 못할 것 같아요.”

내시경실에서 근무한 지 3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소화기 내과 개원의 연수강좌에 세척 시연 교육을 맡아 줄 것을 요청받았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나였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면 3년 차인 내가 가장 적당했다. 작년에 이미 세척 시연을 해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세척 시연을 말로 설명하는 부분을 맡으면 되는 순서이긴 했다. 하지만 못할 것이라는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하겠다는 말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세척 시연 교육은 내가 해야 한다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결국 하게 되었다. 후배간호사와 2인 1조로 내가 말로 설명을 하면 후배간호사는 거기에 맡게 세척 시연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세척 영상을 시청하고 멘트를 외우면서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개원의 연수강좌 세척 시연 교육이 시작되었다. 간호사도 아닌 이미 병원을 개원한 의사들을 상대로 내시경 세척을 교육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미 하고자 했으니 즐겁게 시작했다.

5개의 조로 나누어서 교육을 들으러 오기 때문에 세척 시연을 5번 해야 했는데, 역시 처음에 시작하는 교육이 가장 떨렸다. 떨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교육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내시경 세척 시연 교육을 맡은 조원경 간호사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시작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 인사할 때가 많이 떨렸지만 말문이 트이고 나니 술술 막힘없이 계속되었다. 처음의 긴장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주는 개원의들 덕분에 힘을 얻어 열심히 설명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도 성실히 답변을 하면서 즐겁게 교육을 이끌어 갔다. 교육을 하는 내내 나는 ‘오,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긴 교육이 끝나고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해내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내가 언제 의사들을 교육시켜 보겠어.’라는 생각도 들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는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내었다. 나는 내 안의 가능성을 하나 끄집어낸 것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12년 안전보건의 날 기념으로 병원에서 부서별 환자 안전과 관련된 공연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렇게 행사 알림 공지가 뜨자마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인기 가요의 가사를 생각해 보며 개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만에 개사를 하고 부서원들에게 개사한 내용을 알리고 행사에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춤추는 것에 관심이 많은 후배에게 안무를 구상할 것을 요청하면서 우리는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소녀시대의 ‘댄싱 퀸’이라는 노래를 ‘워싱 퀸’으로 바꾸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로 했다.

노래를 잘하는 K 간호사와 프로그램 조작에 능숙한 L 간호사는 노래를 직접 녹음하는 작업을 했고, 안무를 맡은 G 간호사와 나는 노래에 맞춘 안무연습에 돌입했다. 모두 열심히 연습에 임해 주었다. 내시경 검사가 끝나면 회복실에 모여서 다 같이 안무를 연습했다. 몸으로 일하는 내시경실이기에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곤 했지만 연습하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즐거워했다. 그렇게 연습하는 우리를 위해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맛있는 빵도 사주시곤 했다. 그렇게 부서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준비를 하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의상도 맞추게 되고, 소품까지 활용했다. 단체로 귀가 달린 귀여운 머리띠를 주문하고 목에는 다양한 색깔의 손수건을 둘렀다. 그리고 그 당시 유행하는 컬러 스키니진을 색깔별로 입고는 무대에 설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공연 당일에는 소화기 내과 과장님이 직접 사진까지 찍어 주셨다. 마치 아빠가 딸의 학예회에 와서 딸의 모습을 찍는 것처럼 저 멀리서 춤추는 우리를 촬영하는 과장님을 발견하는 순간 온몸에 짜릿함이 느껴졌다. 우리 식구 모두가 하나 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꿈꾸던 최우수상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끼리는 우리가 최우수라고 서로를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패밀리 뷔페에 뒤풀이까지 가서 우리끼리의 최우수상을 즐겼다. 어느 때보다 하나가 된 시간이었고 서로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장려상을 받았음에도 정말 행복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부서원들 모두가 각자 자기의 역할을 잘 해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부서원들의 가능성을 보았다. 나는 개사를 하면서 행사에 참여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노래를 잘하는 K 간호사는 직접 개사된 노래를 불렀고, L 간호사는 녹음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멋지게 우리가 원하는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안무를 직접 준비해 온 G 간호사 덕분에 모두 쉽게 안무를 배웠다. 또한 다른 동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10명 가량 되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즐겁게 한 곡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간호사 선생님의 물질적 지원도 있었기에 배고픔을 달래며 연습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부서원들의 가능성이 하나의 행사를 해냄으로써 그들의 강점으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사람들은 각자 자기 안에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펼칠 무대가 없기에 모를 뿐이다. 당신도 당신 안에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능성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무언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하고자 했을 때 가슴이 뛴다면, 그것이 바로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둔다면 가능성에 그치고 만다. 그 가능성을 밖으로 꺼내어 표출하면 당신의 강점이 된다.

당신 안의 수많은 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두지 말고 강점으로 끄집어내라.

(『꿈을 간호하는 간호사』 중에서)
 
 

 

 

저자 조원경
발행 포널스출판사
300쪽
판형 128*188
가격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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