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관절병원 수술실 최원진 간호사
척관절병원 수술실 최원진 간호사

 

◆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연 그리는 간호사 비자’입니다. 제 본명은 최원진이고 현직 간호사입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1년 정도 잠깐 근무한 뒤 척관절병원 수술실에서 쭉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일했는데 아마 만화는 그해 말이나 2017년 초부터 그린 것 같아요.

◆ 인스타그램에서 ‘사연 그리는 간호사 비자’로 활동 중이신데, 그림은 어떤 계기로 그리게 됐나요?

사실 큰 계기는 없었습니다. 처음엔 친구들끼리 보자고 시작했어요. 굉장히 대충 그렸었는데 계속 사람들이 보러 오시더라구요. 제 초반 인스타그램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땐 제 개인적인 사진도 가끔 올리기도 하고 만화도 대충 그리고 지금보다 정리가 안 된 상태였는데 꾸준히 팔로워가 증가했어요.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니 그때부터 아이패드도 구입하고 앱도 설치하면서 좀 더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책임감도 생기면서 내용에 관한 생각도 굉장히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크게 될 줄 몰랐어요. 간호사 만화라서 어느 정도 팔로워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가끔 왜 내 만화를 보나 궁금하기도 해요.

◆ 그렸던 사연 중에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해 12월 1일에 올린 중환자실에 침상안정 중인 섬망 환자분이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하는 에피소드요. 제가 중환자실에 잠깐 근무해봐서 그런지 몰라도 만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나 힘든 업무적인 부분까지 다 보여서 더 생각이 납니다. 솔직히 업무 강도가 높아 일하다 보면 항상 환자분에게 좋은 감정만 드는 건 아니에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나’ 원망도 들고 ‘내가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을 알아주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를 것 같던 환자분이 그렇게 ‘항상 고마워요’라고 말하면 정말 고맙고 한편으로 내가 정말로 간호를 잘했나 반성도 될 거 같아요. 힘들고 화나는 사연도 많지만 오래 기억 남는 건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같아요.

◆ ‘사연그리는 간호사 비자’로 활동으로 얻은 점은 무엇이 있는지요?

새로운 경험이요. 책을 내보는 거, 팔로워가 많은 것, 인터뷰하는 것, 이모티콘도 승인이 된 것, 이벤트를 하는 것 등등 전부 새로운 경험이죠. 이런 것들을 제가 언제 해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해준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경험인 것 같아요.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거기에 돈까지 벌면 훨씬 더 좋겠죠. 물론 저는 만화로 버는 건 거의 없지만요.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은 솔직히 제가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셔서 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제가 인세를 받았을 때 얼마 안 되는 인세지만 기부를 결심했던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이였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을 너무 많이 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팔로워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연 그리는 간호사, 비자
사연 그리는 간호사, 비자
 
◆ <리얼간호사월드> 라는 책을 출간하셨던데, 가장 좋아하는 부분 소개해주신다면?

중간 연차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부분이요. 저도 일을 계속해서 그런가 그런 고민들은 현실적인 부분들이 공감이 가고 저도 생각하는 부분이라 그런 거 같아요. 신규나 학생 간호사 선생님들이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나 완벽히 공감을 못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일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공감을 할 거라 확신이 들어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인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강도 높은 업무를 하는 사회인으로서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일이고 느껴볼 만한 감정이라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리얼간호사월드>는 첫 책이라서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은 책이에요. 내용적인 면도 그렇고 그림 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그래서 사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미안해요. 만약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음 책을 내게 된다면 정말 잘해보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간호사 일도 열심히 하고 만화 그리는 것도 열심히 하면서 현재에 충실하고 있어요.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준비라 생각이 돼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작가 쪽으로 갈 거냐는 질문도 가끔 받긴 하는데 저는 그 정도 실력은 아니라고 봐요. 그림 실력이나 이야기 해석 능력이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제가 이렇게 많은 관심 받는 건 간호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예요.

◆ 동료간호사나 후배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다면?

제가 어떤 조언을 해줄 만한 위치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신규 간호사들에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신규 선생님들은 힘들고 자괴감도 들고 도망치고 싶고 여러 생각이 든다는 거 알아요. 위에 연차 선생님들도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왔어요. 그러니 혼자 끙끙대지 말고 존경할 만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분들에게 정답을 얻을 순 없겠지만 위로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동기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죠. 그리고 너무 많이 들어본 말이겠지만 그 시간은 지나가고 언젠가 이 시간이 기억도 나지 않을 거니깐 지금 감정에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가끔 간호사 활동을 하면서 만화를 그려보고 싶단 학생들이 메시지를 주는 데 그분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그림 실력을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 보세요. 많이 그려보고 많이 글로 대사를 써보고 해봐야 늘거든요. 많은 팔로워를 얻고 싶다면 ‘꾸준히’가 정답입니다. 꾸준히 만화를 올리고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싶다면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서 글을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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