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기관 평가제도는 평가 후 급여기준 개선, 수가 조정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해, 평가 이후 질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로 인해 종합병원과 병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인프라 수준이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각각 14.75%와 26.18%, 1.52%와 2.7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각 질병에 대한 의료의 질 평가에서도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연구책임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최근 작성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한 의료 질 관리 및 국민건강성과 향상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의 인프라가 의료의 질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1년∼2018년까지 7년간의 적정성 평가 자료로 의사, 간호사, 병상 규모 등을 의료기관 종별로 분석한 결과 의료의 질을 평가할 때 병원 인프라 구축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경우 평가 후 급여기준 개선, 수가 조정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하게 이뤄져 평가 이후 병원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질 향상을 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의료의 질을 나타내는 질병별 종합점수는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높았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 수가 많을수록 폐렴, 급성기뇌졸중, 유방암, 대장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은 의료의 질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질환별 점수를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폐렴의 경우 병원의 경우 49.3점에 불과했으며, 종합병원은 85.2점, 상급종합병원은 99.3점이었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의 점수는 50점 차이나 났다.

의료급여정신과, 중환자실,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만성폐쇄성질환 등에서도 의료기관 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급여정신과는 병원 72.2점, 종합병원 82.6점, 상급종합 95.4점으로 평균 11.6점이 차이가 났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의 점수 차는 23.2점이었다.

중환자실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각각 58.2점과 93.2점으로 격차가 35점에 달했다.

또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는 병원이 70.4점, 종합병원 79.3점이었던 반면 상급종합병원 98.9점으로 병원급과 상급종합병원 간의 점수 차는 28.5점이었다.

만성폐쇄성질환은 병원 62.5점, 종합병원 74.2점, 상급종합 87.6점으로 평균 12.6점 차이가 났다. 병원급과 상급종합병원 간의 점수는 25.1점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의사, 간호사, 병상 수 등 평균 인프라는 병원급의 경우 각각 8.1명, 23명, 109병상이었다. 반면 종합병원은 각각 78.6명, 222명, 344병상이었고,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533명, 848명, 1071병상이었다.
 
자료 의료기관 종별 인프라
자료 의료기관 종별 인프라

상급종합병원의 인프라를 100으로 놓고 보면 평균 의사, 간호사, 병상 수는 병원급의 경우 1.52, 2.71, 10.18에 불과했다. 종합병원 역시 14.75, 26.18, 32.12로 상급종합병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 보고서에서 보사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는 평가 후 급여기준 개선, 수가 조정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해 평가 이후 질 향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인프라 구축 여부에 대한 기준평가 시 일정한 수준에 미달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상대가치점수에서 해당 영역의 점수를 차감 적용하고, 질 평가결과 우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상대가치에서 해당 영역의 정책 가치를 추가해 보상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가 기간에만 잘하고, 평가가 끝나면 다시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게 되는 ‘눈 가리고 아웅식’ 평가라는 지적을 받는 현재의 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는 평가 주기가 반기부터 4년까지 다양한 평가제도로 제각기 시행되고 있어 통합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료 우리나라 의료기관 평가제도
자료 우리나라 의료기관 평가제도

또한, “평가마다 목적과 시기, 지표 등이 제각각 상이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각각의 평가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돼 업무 과중, 시간 외 근무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의료기관의 진료 외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옮기고자 하지만 병원은 재입원율 지표 때문에 입원을 허락하지 않는 경향이 발생하는 등 외국에서 사용하는 지표를 차용할 때 의료체계의 차이, 제도의 차이, 문화 환경의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간호사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