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취업률 1위, 간호사는 나의 목표”
상태바
[칼럼] “취업률 1위, 간호사는 나의 목표”
  • 포널스
  • 승인 2020.03.19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애 아이엠알엔 대표
간호사가 만드는 뉴스 <포널스>에서는 한동수 교수의 ‘재미로 보는 간호사로 살아남기’와 함께 『널스브랜딩』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명애 아이엠알엔 대표와 유명강사이자 『꿈을 간호하는 간호사』 저자인 조원경 작가의 글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김명애 아이엠알엔 대표(사진)는 중환자실 간호사를 시작으로 국가정보원과 병·의원 오픈 컨설팅 분야, 의료기기회사 마케터, 간호사 CEO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MBA를 전공하고 간호대학원에서 간호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 같은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간호와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노력하며 달려왔다. 아울러 간호학을 뛰어넘어 글로벌 네트워크, 의료관광 분야와 탈북자의 한국 사회 적응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간호대학 입학 당시부터 나의 목표는 병원 취업이 아니었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를 선택했던 나는, 내가 필요한 병원에 가서 경력을 쌓고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나간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연봉이 높은 병원으로의 취업이 나의 목표가 아니었기에 나는 늘 자유로웠고, 자연스럽게 성적보다는 경험을 택하기로 했다. 대학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최대치로 겪어 보고자 한 것이다.

대학 생활 내내 ‘어떤 활동을 하면 향후 선교지에 나가서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국내 무의촌 진료 봉사를 비롯하여 해외 의료봉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갔다. 그래서 간호대 학생이었던 나의 방학은 늘상 바빴다. 이렇듯 대학 때부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했던 것이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만의 색깔 찾기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반대로 취업률 1위인 간호사라는 타이틀에 맞추어 간호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병원 취업과 관련된 활동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도 않고 관심을 가질 시간이 절대적으로 없다고 미리 결론지어 버리는 것 같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인생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황금기인 젊은 날의 귀중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멸시키게 된다. 학점에 그리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병원으로 취업이 가능한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학생은 학점에 혈안이 되어있다. 공부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숫자에 매여서 정말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내 삶에 의미 있는 경험들을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반드시 S·K·Y 대학교에 가야만 성공이라는 공식이 간호학과 학생들에게도 계속 잠재하고 있는 듯하다. 본인의 특기와 적성을 찾아내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 것이 아닌 그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간호학을 택한 것처럼 간호대학 졸업 후에도 연봉이 많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지만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이러한 현실을 나는 늘 마주한다. 다 부질없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그때뿐이고 다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서는 붕어빵 기계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길 기다리는 밀가루 반죽처럼 살아간다. 취업률 1위라는 가장 큰 장점은 어쩌면 우리 간호사들에게 자신은 잊어버리고 병원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기를 스스로 강요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결국, 특징 없는 모습이 되어 버리는 최대약점이 되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던 병원에 들어갔다고 하자. 그럼 그때부터 모든 것이 완성되어 더 고민 없이 간호사로서 전문가의 위상을 떨치며 인정받고 존경받는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느냐는 말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어떤 병원에 갈 것이냐를 목표로 세우지 말고, 나의 성향에 맞는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하여 자신과 조합이 잘 되는 ‘과’를 찾으라고. 실습은 나의 적성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지 벽에 딱 붙어서 눈치만 보고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한숨만 쉬다 오는 것이 아니라고. 시켜 주는 일도 없는데 무슨 적성을 찾느냐고 반문할 것 같아서 한마디만 더 하겠다. 병원에서 간호 학생에게 간호사 역할을 실습 삼아 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으로는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로 적용하기는 어려우므로 관찰자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같은 과라도 병원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각각의 부서 특성에 따라 분위기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각 과와 병동의 분위기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실습생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일하는 프로세스와 전문성이 다르므로 분명히 각 과마다 색깔이 존재한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눈빛, 빠른 손놀림이 포인트인 수술실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때로는 숨을 거두기도 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도 하는 응급실은 공기의 흐름이 다르다. 수술 후 회복 기간과 예후가 대부분 명확한 외과 파트와 항암제를 써 가면서 있는 힘껏 치료해도 치료가 될지 안 될지 언제쯤 완치가 될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종양내과와의 분위기는 천지 차이인 것이다. 간호사가 돌봐야 하는 대상자가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인 중환자실과 신생아실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중환자실은 환자분들이 의식이 없거나 기관절개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병동의 환자들보다는 환자의 직접적인 컴플레인을 받는 것이 드물다. 신생아실도 마찬가지이다. 간호사가 돌보아야 할 대상자는 울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신생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컴플레인이 없다. 그리고 두 공간 모두 외부와 차단된 구조로 일반병동보다 보호자들의 면회가 제한적이고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폐쇄적인 곳이다. 산과 병동은 환자가 아닌 분들이 입원해 계신다. 아이를 낳기 위해 온 산모들을 돌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병동과 다르게 아이의 출산으로 인해 축제 분위기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입원일과 퇴원일도 정상분만이냐 제왕절개냐에 따라 프로세스가 딱딱 정해져 있다.

이렇듯 병원이라는 곳을 세분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퍼즐을 맞춰 가듯 자기와 색깔이 맞는 곳이 어디인지를 하나씩 맞추어 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색을 갖게 되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분명 이게 내 색깔이야 하는 곳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만의 색깔 찾기이다. 간호를 바탕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나와 동색인 곳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색깔을 잘 알고 각 병동의 색깔과 결을 맞추어 보아야 한다.

병원 입사 후 원하는 부서를 제출해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병원에서 점지해 준 곳으로 발령받게 된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그래도 요즘은 신규 이직률이 워낙 높아져서 대체로 원하는 과로 배치되는 확률이 늘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은 복불복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연락 온 제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과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치이며 현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친 상태라고 했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가 쉽지 않았다. 엄청나게 씩씩한 학생이었기에 다독이며 잘 해낼 수 있다고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은 본인이니 사실 나의 위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곳, 나의 색깔이 이러하니 나를 뽑아서 그곳에 앉혀 주면 정말 최선으로 열심히 일해 보겠다는 자신만의 어필을 면접관에게 당당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대기업 병에 걸린 한국 사회에서 간호대학 나오면 무조건 빅 5는 가야지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을 이젠 정말 지워 버리고 싶다. 아니 다 갈아엎고 싶다. 내가 보장한다. 3년 경력 쌓으면 경력직 간호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다들 병원을 뛰쳐나가니 큰 병원이 그렇게도 가고 싶으면 어디서든 경력 3년을 쌓고 그 뒤에 이직해라. 경력직 구인은 어느 병원이고 계속 공고가 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삶에 있어 가장 이쁘고 아름다운 젊은 날들을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는 끔찍한 일들은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

지금 현재 어디에 있든 멋지고 당당해진 자신의 10년 뒤 모습을 그려 보아라. 눈앞에 있는 현실에만 집착해서 온 영혼과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멘탈을 부여잡아라.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손바닥을 치워 버리면 그때야 비로소 눈앞에 넓디넓은 파란 하늘이 보일 것이다. 모든 대학 생활의 열정을 병원 취업을 위해서만 집중했던 사람은 분명 막연한 두려움에 힘들어하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눌리지 말고 10년 뒤 청사진을 그리며 자신의 젊음에 과감히 투자하기를 바란다. 우리 아름다운 간호 청춘들의 삶의 목표가 반드시 병원 취업만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널스브랜딩』 중에서)
 

*『널스브랜딩』, 저자 김명애,

포널스출판사 발행, 302쪽,

가격 1만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